연말이 가까워지면 기업 담당자분들은 기념행사를 준비하시느라 다양한 레퍼런스들을 참고하고 계실 것입니다. 창립기념일이 연말에 있는 기업도 있고, 종무식과 시상식을 함께 묶어 진행하는 기업도 있어 연말은 한 해 중 기업 행사가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이기도 하죠. 막상 준비를 시작하면 비슷한 지점에서 고민이 생기기도 합니다.
식순과 구성은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그 안에서 구성원들의 반응을 끌어내려다 보니 어떤 컨셉과 어떤 방향으로 행사를 진행해 나가야 할지 다양한 기획안들을 살피시게 됩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질문은 무엇을 더 넣을지가 아니라, 올해 이 자리를 어떤 성격의 행사로 만들 것인지입니다. 성격이 먼저 정해지면 공간과 콘텐츠, 진행 방식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인데요.
이번 글에서는 모엔이 실제로 진행했던 연말 기념행사 중 컨셉이 뚜렷했던 세 가지 사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연말 기념행사에 컨셉이 필요한 이유

연말 기념행사는 한 해의 성과를 정리하고 기여한 구성원에게 감사를 전하고 다음 해의 방향을 공유하고, 구성원들이 편하게 어울리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컨셉이 없이 행사 식순으로 진행되다 보면 이전과 비슷한 무난한 방향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예산은 쓰였는데, 올해에 대한 인상이 남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죠.
컨셉은 행사의 요소들을 같은 방향으로 묶어주는 기준이 되어주기 때문에 올해를 더 특별한 인상으로 남겨주게 해주는데요. 올해가 성과를 인정하는 자리라면 영상도 기념품도 그쪽을 향하게 되고, 편하게 어울리는 자리라면 격식을 덜어내는 쪽으로 판단이 따라오는 것입니다.
아래 세 가지 사례는 각각 무대, 공간, 행사의 형태가 다른 기준으로 진행하였던 사례입니다. 함께 확인해 볼까요?
시상식 컨셉, 한 해의 성과를 무대 위에 올리는 방식
성과와 인정을 중심에 둔 연말 기념행사

임직원 약 200명이 참석한 송년회를 영화 시상식 형태로 구성한 사례입니다. 12월 말 평일 오후에 세 시간 남짓 진행되었는데요. 시상식 컨셉이라고 하면 호텔 연회장을 먼저 떠올리시는 경우가 많지만, 이 행사는 평소 강당으로 쓰이던 사내 공간을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레드카펫 위에 트로피와 영화 슬레이트를 세운 포토존을 두고, 무대 배경에는 필름 릴을 모티브로 한 키비주얼을 적용했죠. 여기에 무빙라이트로 조명을 잡아, 익숙하던 공간을 시상식장의 인상을 갖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공간을 꾸미는 것만큼 중요했던 것은 들어오는 동선이었는데요. 본 행사 30분 전부터 로비에서 사전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행사장으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영화 포스터와 오브제를 배치했습니다. 참석자가 자리에 앉기 전부터 오늘이 어떤 성격의 자리인지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만든 구성입니다.
프로그램 설계에서 공식 포상만으로 채우면 수상자는 소수에 그치고 나머지 참석자는 끝까지 관객으로 남게 되는데요. 그래서 정식 시상과는 별도로 구성원들이 직접 뽑는 어워즈를 앞쪽에 배치하고, 후반부에는 베스트 드레서와 골든벨 형식의 참여 프로그램을 이어 붙였습니다. 로비에는 서로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칭찬나무를 두어 사전 프로그램과 본 행사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도록 했습니다.
전형적인 시상 순서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치하여 세 시간에 가까운 일정에도 몰입도가 유지되었고, 행사 이후에는 기존 송년회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컨셉은 한 해의 성과를 공식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조직, 그리고 전사 인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규모의 행사에 잘 맞습니다.
파티 컨셉, 참여 강도를 각자 고르게 하는 방식
참여 방식을 참석자가 직접 고르는 연말 기념행사

사옥 라운지에서 크리스마스 파티 형태로 진행한 송년회입니다. 12월 중순 평일 업무 시간 안에서 세 시간 동안 운영되었는데요. 앞서 소개한 시상식 컨셉과 마찬가지로 별도 대관 없이 사내 공간을 썼지만 행사의 성격은 전혀 달랐습니다. 무대 위 하나의 프로그램에 전원이 집중하는 구조가 아닌 같은 시간에 여러 선택지가 동시에 열려 있는 구조로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중심 프로그램은 멍때리기 대회였습니다. 참가자에게 심박수 측정 기기를 나눠주고 30분 동안 다섯 차례 심박수를 확인해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었는데요. 개인전과 팀전으로 나누어 진행했고 팀전 상금은 팀 운영비 형태로 지급했습니다. 승부를 가리는 대회이면서도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되는 종목이라 활동적인 프로그램에 부담을 느끼는 구성원도 편하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더 중요했던 것은 이 대회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공간 한쪽에 칵테일바와 플리마켓을 함께 열어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분들은 자유롭게 머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는데요. 산타 모자와 루돌프 머리띠 같은 소품을 비치하고 포토존을 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 프로그램에 전원을 묶지 않으니 참석 자체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후반부에는 임직원 경매를 배치했습니다. 구성원들이 직접 물품을 내놓고 짧은 사연을 붙이는 방식이었는데요. 게임 한정판 피규어부터 오래 수집해온 백자까지 스물네 점이 모였고 수익금은 전액 기부로 이어졌습니다. 물건보다 사연이 소개되는 순간 웃음이 터지는 자리여서 서로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으로도 기능했습니다.
이 컨셉은 연말 행사에 부담을 느끼는 구성원이 많은 조직 그리고 별도 대관 없이 업무 시간 안에서 소화하고 싶은 경우에 잘 맞습니다.
나눔 컨셉, 연말을 사회와 연결하는 방식
사회공헌과 연결한 연말 기업 행사

앞선 두 사례가 조직 안쪽을 향한 자리였다면 이 행사는 시선을 밖으로 돌린 경우입니다. 12월 중순 이틀에 걸쳐 진행된 나눔 플리마켓인데요. 사옥 공용 공간에 부스를 세우고 물품을 판매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판매 주체는 임직원 뿐만 아니라 자활 사업단, 사회적 기업이 직접 부스를 열어 제품을 선보이고, 임직원이 구매자로 참여하는 형식이었습니다. 판매 수익금은 전액 자활과 자립 지원에 쓰이는 나눔 행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방식에서 중요한 부분은 구매가 기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익숙한 행동을 바꾼다는 데에 있습니다. 모금함에 돈을 넣는 것과 반려견 간식을 사서 집으로 가져가는 것은 남는 기억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요. 만든 사람과 짧게라도 대화를 나눈 경험은 더 오래 갑니다.

운영 측면에서 신경 쓸 부분은 앞선 두 사례와 다릅니다. 프로그램 연출보다 부스 운영의 안정성이 중심이 되는데요. 참여 기관 섭외와 사전 안내, 부스 배치와 동선, 결제 수단, 물품 보관까지가 실무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외부 기관이 함께 들어오는 만큼 사전 커뮤니케이션에 드는 시간도 사내 행사보다 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기업의 다른 사례에서는 플리마켓 수익금에 재단 기부금을 더해 지역 복지관에 전달했고, 아이들의 교육 프로그램 운영비로 쓰였는데요. 이처럼 행사 결과가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이후에 구성원들에게 공유하면 더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행사를 기억하게 됩니다.
이 컨셉은 사회공헌 활동을 이미 운영하고 있는 조직, 그리고 연말 행사를 대외적인 메시지와 연결하고 싶은 경우에 잘 맞습니다.
우리 조직에는 어떤 컨셉이 맞을까요?

세 가지 컨셉 중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이 되신다면, 해당 기준을 확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올해 행사의 1순위 목적은 무엇인지
- 참석 인원과 공간의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 최종 행사 확정 일정과 준비 기간 ✅영상 제작과 무대 연출이 들어가는 컨셉일수록 리드타임이 길어집니다. 연말은 대관과 섭외가 몰리는 시기라 평소보다 일정을 앞당겨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 특히 준비 기간은 연말 행사에서 장소와 인력, 제작물이 동시에 필요한 시기이다 보니 원하는 조건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컨셉을 일찍 정할수록 이후 결정이 빨라지고, 그만큼 선택지도 넓어집니다.

연말 기념행사는 한 해를 정리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구성원들이 조직을 어떻게 기억할지 결정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같은 예산과 같은 인원으로도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규모보다 방향에 있는데요. 올해 이 자리를 어떤 성격으로 만들 것인지 정하고 나면 이후의 결정들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컨셉 설정이나 프로그램 구성 방향에 고민이 있다면 관련 경험을 가진 전문가와 함께 방향을 검토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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